의료칼럼

우리 아이 성조숙증, 어떨 때 의심해야 할까요?

작성일 : 2024-07-09 조회 : 714

박세진 (창원한마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성조숙증(precocious puberty)’ 유병률이 증가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사춘기’에 경험하게 되는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가 어린 아이에게 일찍 나타나는 현상인데, 깜짝 놀란 부모들이 아이의 성조숙증을 걱정하여 병원에 내원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성조숙증을 이해하려면 우선 ‘사춘기(puberty)’란 어떤 시기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춘기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자연스러운 성장 및 발달 단계로 남녀별 뚜렷한 신체의 변화와 더불어 자의식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신체의 성장에 따라 성적 기능이 활발해지고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신체의 성장 및 발달 정도는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되며 그 정도와 시기는 남녀별로 차이가 있다. 여아는 보통 10~11세부터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며, 남아는 여아보다 약 2년 정도 늦게 나타난다.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는 남아에서는 주로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고환이 커지며, 여아는 에스트로젠에 의해 유방 및 난소와 자궁이 발달한다.


성조숙증이란 이러한 2차 성징(유방 및 고환의 발달)이 너무 일찍 발생하는 경우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춘기가 시작하는 나이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아에서는 만 8세 미만, 남아에서는 만 9세 미만에서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성조숙증은 뇌염 및 뇌종양, 선천성 뇌 기형, 갑상샘 저하증, 난소 및 고환이나 부신의 질환, 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약물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원인 질환 없이 이른 시기에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특발성이다. 유전적 요인,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소아비만의 증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호르몬의 증가, 스트레스, 몸속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의 ‘내분비계’ 교란 등이 성조숙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생각한다.


성조숙증이 생기면 성장판에 영향을 미쳐 키 성장 발달에 영향을 주며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아이가 수치심을 느끼는 등 아이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쑥쑥 크는 것 같아도 성인이 되어서는 오히려 최종 키가 작아진다든지, 유방암, 난소암 등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질환의 유병률도 높아진다. 우선 엑스레이를 통해 골연령 측정과 호르몬자극검사를 시행하여 질환 여부를 진단한다.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이 있다면 당연히 원인 질환의 치료가 우선이지만,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유사체를 주사하여 치료하게 된다.


치료의 최우선 목표는 사춘기의 적정 시기를 맞추어 최종 키의 손실과 질환 발생을 최소화하고, 아동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 올바른 성장 및 발달을 돕는 것이다. 그러므로 키 성장 속도가 유난히 빠르거나, 초등학교 1~3학년 여아가 유방 몽우리가 있다거나, 9세 이전 남아에서 고환이 커진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하여 조기에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박세진(창원한마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