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소아 급성 호흡기 질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작성일 : 2024-12-03 조회 : 184

​기침·재채기할 때 방출되는 미세한 침방울 통해 전파 

전염성 높아 학교·가정 등 밀집된 환경서 쉽게 확산

잠복기 1~4주… 심한 경우 괴사성 폐렴 등 합병증도

개인 위생 관리·마스크 착용해 감염 확산 방지해야




최근 들어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급성 호흡기 질환 중의 하나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Mycoplasma pneumonia)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질병관리청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는 2만36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입원환자(2699명)보다 약 9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입원 환자 중 12세 이하가 약 71%(1만6770명)를 차지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주로 학동기 소아와 청소년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전 세계적으로 4-7년 주기로 유행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3~4년마다 유행하고 있으며 2006~2007년, 2011년, 2015년에 유행이 관찰됐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마크로라이드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이후 마크로라이드-내성 균주의 유행으로 심각한 보건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양성 환자의 3분의1가량에서 마크로라이드-내성 균주가 검출되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2017년),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2019년), 대한소아감염학회(2019년), 한국병원약사회는 이전에 발표한 치료지침을 개선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임상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소아 마크로라이드-불응성 중증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지침(2024년)을 제시했다.


◇원인 및 증상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 뉴모니아에라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원발성 비정형 폐렴이다. 이 병원체는 세포벽이 없어 일반적인 세균과는 구분되며, 1차 치료제인 마크로라이드에 효과적으로 치료되는 균주이다. 마이코플라즈마 뉴모니아에는 주로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방출하는 미세한 호흡기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전염성이 높아 밀집된 환경(학교, 군대, 가정 등)에서 감염이 쉽게 확산될 수 있다. 감염원에 노출된 후 보통 1~4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일반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경증 질환이고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괴사성 폐렴, 폐쇄성기관지염, 전격성 다발장기부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지속되는 기침과 발열, 인후통, 가래, 두통,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반 감기약을 먹어도 증상 호전이 되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질환을 감별해서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크로라이드-불응성 마이코플라즈마 폐렴(MUMP)

마크로라이드 불응성이란 일반적으로 마크로라이드계 치료제(클래리스로마이신, 아지스로마이신, 록시스로마이신)를 최소 48~72시간 이상 투여함에도 불구하고 임상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진행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마크로라이드-불응성이 발생하는 기전은 아직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병원체의 리보솜 23S rRNA의 V domain 2063 위치에 점돌연변이가 생겨 리보솜에 마크로라이드가 결합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돌연변이 병원체는 마크로라이드의 단백결합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게 해 치료 효과를 떨어뜨린다. 또한 M. pneumoniae의 마크로라이드-내성뿐만 아니라 과도한 숙주 면역 반응도 마크로라이드-불응성 마이코플라즈마 폐렴(MUMP)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광범위 항생제를 불필요하게 사용하거나 처방된 용량과 기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 내성 병원체의 출현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병원체가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시키는 생존전략의 일환으로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마크로라이드-불응성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발열이나 기침의 지속기간, 입원기간, 항생제 투약기간, 폐 외 증상의 발생 비율을 증가시킨다.


◇마크로라이드-불응성 마이코플라즈마 폐렴(MUMP)의 치료

1차 약제인 마크로라이드로 치료를 시작한 후 72시간 이내에 임상적인 호전이 없는 경우(발열 지속, 전신 상태 악화 또는 흉부 영상소견 악화 등)에는 2차 치료제의 사용을 권고한다. 테트라사이클린제(독시사이클린 또는 미노사이클린)나 퀴놀론제(레보플록사신 또는 토수플록사신)를 2차 치료제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테트라사이클린제의 경우 치아 착색, 법랑질 형성 부전, 일과성 골발육 부전과 같은 부작용의 위험이 있고, 퀴놀론제의 경우 건염, 건파열과 같은 관절병증, 뼈연골증과 같은 부작용의 위험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상기 약제들이 각각 12세, 18세 미만 소아에서 사용 금기로 돼 있었다. 그러므로 8세 미만 아동에서의 테트라사이클린제 사용은 주의 사항을 고려해 독시사이클린 치료로 인한 임상적 이득이 위해를 초과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사용하며, 치아 착색 등 이상반응에 대해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 및 동의 획득 후 사용한다. 퀴놀론제는 독시사이클린 경구 투여가 불가능하거나 약물 이상반응이 있는 경우, 환자의 전신 상태가 불량한 경우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사용상의 주의 사항을 고려하여 레보플록사신(경구 또는 정주) 또는 토수플록사신(경구) 치료로 인한 임상적 이득이 위해를 초과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한하여 사용한다. 두 약물 모두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약물 및 유제품 복용 전후에는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복용한다.


한편, MUMP에 대해 과도한 면역반응 및 사이토카인 분비 항진에 대한 치료로서 부가적인 스테로이드를 이차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MUMP에 대하여 어떠한 이차 약제가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지 않고,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많지는 않다.


◇예방적 접근과 대응책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역시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도 감염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다. 자주 손을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 시에는 휴지나 팔꿈치 안쪽으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 밀집되어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권장된다. 학령기 아동의 경우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후 회복되기 전까지는 집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휴식은 질병 회복에 도움이 된다. 치료 후 몸에서 항체가 만들어져 면역이 생기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아 재감염이 흔하기 때문에 회복된 이후에도 조심해야 한다.


최근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유행 시기에 마크로라이드-내성 균주가 높은 비율로 확인됐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에서 마크로아리드-내성 여부와 관계없이 마크로라이드제 치료에도 임상적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1차 치료제로 마크로라이드제를 우선 사용한다. 그러나 마크로라이드제 치료 시작 72시간 이내에 임상적인 호전이 없는 경우 또는 환자의 전신 상태가 불량한 경우, 효과와 안전성, 약제 순응도와 선호도를 고려하여 테트라사이클린제 또는 퀴놀론제로 변경하여 주의해서 치료할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창원한마음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세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