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HPV백신으로 자궁경부암예방

작성일 : 2020-02-06 조회 : 4,782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 두 번째로 빈도가 높은 악성종양으로, 국내 여성 10만명당 14.1명이나 발생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이러한 자궁경부암을 한양대학교 한마음창원병원 통합암센터 산부인과 신병섭 교수팀이 1년간 관찰연구를 통해 경남지역의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실태를 조사했고, 원인을 분석했다


몰리브덴산암모늄에 의해 음성 염색된 인유두종바이스의 현미경 사진


◇선진국 최대 3배 수준의 발병률

자궁은 체부(corpus)와 경부(cervix)로 구성하는데, 질에 연결된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자궁경부암이라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두 번째로 흔한 암이며, 자궁경부암의 약 80%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크리닝 검사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으로 인해 발생률이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발생은 10만명당 14.1명 정도이고, 사망률은 10만명당 3.8명 수준이다. 발생률은 미국의 3배, 일본의 2.5배로 선진국 대비 높은 발병률을 나타내고 있다.


◇발병 원인 중 90% 이상이 인유두종 바이러스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생활습관이나 유전적 요인들도 포함돼 있지만, 자궁경부암은 유독 한 가지 원인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인유두종 바이러스(사람유두종 바이러스, HPV)이다. 신병섭 교수팀은 2018~2019년 2년 동안 병원을 내원한 경남지역 1만여명의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 표본을 가지고,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환자 중 99%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 나이에 따른 감염 빈도는 50대가 273명(31%)으로 가장 높았고, 40대 30%, 30대 20%, 60대 10%, 20대가 7% 순이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감염자와 성행위를 포함해 피부접촉 등 직·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나, 대다수의 경우 무증상이거나 임상적 질환을 유발하지 않고 9개월~2년 내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수의 경우 지속적인 감염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자궁경부암으로의 진행 위험도가 증가하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다. 자궁경부암 이외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주요 임상 징후로는 항문생식기사마귀, 항문암, 생식기암 및 구강인두암 등이 있다.


신병섭 교수가 진료한 자궁경부암 환자들 중 인유두종 바이러스 타입을 보면 타입 16형이 가장 많이 나타났고, 다음으로 타입 18형이 많이 감염돼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세포암과 선암종의 높은 원인으로 확인했다.


신 교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감염환자의 90%선에서 자신의 면역상태에 따라 자연 소멸되지만, 지속적으로 감염상태가 유지되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며 “세계적으로도 인유두종 바이러스 타입 16형이 자궁경부암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여성이 자궁경부 내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통해 암 예방 가능

신 교수는 가장 활동성이 높은 20대 이하의 젊은 연령대에서 낮은 수준의 발병률이 나타나는 건 바로 몇 해 전부터 확대한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의 영향이라고 추측하며,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료를 보면 복합 감염 182명의 환자군에서는 2중 감염이 가장 많았고, 3중 감염은 43명, 4중 감염은 6명, 5중 감염은 3명, 6중 감염 1명이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타입별로 복합 감염된 자궁경부암 환자가 많다고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해 나아가 자궁경부 전암성 병변 및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도록 개발한 백신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예방백신은 2가 백신(HPV 16과 18 예방), 4가 백신(HPV 16, 18, 6, 11 예방), 9가 백신(HPV 16, 18, 6, 11, 31, 33, 45, 52, 58 예방)으로 나눠져 접종이 가능하다. 복합감염을 고려해 인유두종 바이러스 타입의 대부분을 예방 가능한 9가 백신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어 점차적으로 자궁경부암 발병률은 낮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주기적 진단검사로 조기 발견 필요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치료약은 현재로선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 전 예방이 필수이며, 부득이한 환경 속에 감염되더라도 예방접종을 하고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초기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진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확도도 떨어졌으나, 최근에는 신 교수가 사용하는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 Real-time PCR) 검사방법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 검사기법을 통해 타입별로 고위험, 저위험군으로 나눌 수 있고, 보다 정량적인 검사가 가능하다. 신속하고 간편하게 결과를 해석할 수 있고, DNA 증폭을 통해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어 빠른 시간 내 정확도 높은 진단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감염됐을 경우에는 부부 모두 예방접종을 해야 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4~6개월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인유두종 바이러스 소멸 여부와 자궁경부암 발병 유무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자궁경부암 역시 0기나 1기에 발견하면 치료도 비교적 간단하고 환자들의 재활적 부담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성도 접종 필요…발병 전 예방접종 필수

가장 중요한 것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며, 이미 성경험이 있거나 26세 이후라도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9~14세, 27~45세 사이의 여성에게는 의학적 판단에 의해 접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내도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9가 백신을 남성에게도 접종 가능하다고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남성에 있어 기본 접종은 성경험을 시작하기 이전인 11~12세가 적기이다. 이전에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13~21세에 접종하는 것을 권장하며, 22~26세의 남성도 접종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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