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우울감과 우울증 무엇이 다를까

작성일 : 2021-04-28 조회 : 9,733

심한 우울감 2주 지속 '우울증'

스트레스 취약성인 사람 있어

일상 감정 치부 방치하기 십상

약물 내성·의존 등 부작용 없어

투약 환자 ⅔ 이상 증상 호전

자신만의 취미, 예방에 큰 도움


관절마다 쑤시는 듯 통증이 끊이지 않고 잠도 별로 못 잔 데다 일은 일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늘 피곤해하면서도 침대에 누우면 잠은 오히려 멀리 달아나버린다. 나이 탓인가, 나도 갱년기인가 싶기도 한 상황이 지속하면 우울증 심리검사를 해보는 게 낫겠다. 괜히 만나는 사람마다 인상 쓰고 대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괜한 화풀이와 짜증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면 나중에 돌이키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으니. 도시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라면 더욱 우울증을 조심해야겠다 싶기도 하다. 우울증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창원한마음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전호(사진) 교수를 찾아 물어보았다.




-자신의 심리적 불편함이 어느 정도일 때 우울증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일상생활에서 일시적인 불행감이나 좌절감, 슬픔 등을 표현할 때 우울감이라는 단어를 흔하게 사용하게 되며, 이는 다양한 생활 사건에 대한 정상적인 감정적 반응인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우울감이 심해지면 잠을 이루기 어렵고, 식욕이 떨어지게 되며,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정신의학에서 다루는 우울증은 심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하고, 이러한 상태로 인해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때 진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자가진단 하기에는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고, 나타나는 증상이 다양하기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우울증의 원인이 다양할 텐데, 대체로 어떤 원인이 많은가요?


"우울증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취약성 모델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우울에 취약한 특성을 지닌 사람이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울에 대한 취약성은 가족 중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있거나, 어린 시절의 방임이나 학대 경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심근경색이나 뇌질환과 같은 신체질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또는 사별, 교통사고 같은 심한 외상 사고, 가정폭력 및 학대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스트레스 생활 사건은 취약성을 가진 사람에게 우울증이 촉발되는 계기가 됩니다."


-우울증이 심하면 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나요?


"우울증을 방치하고 올바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리적 불편감이 더욱 커져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게 됩니다. 불면 및 집중력 저하로 인해 학교나 회사에서 기능이 심하게 감소하게 되고, 식욕 저하로 인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심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이러한 우울증은 환자 본인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여 검사와 진료를 받아보게 꾸준히 권해보셔야 합니다."


-우울증인지 아닌지, 혹은 우울증이 얼마나 심한지 확인하는 심리검사가 있다던데,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울감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심리검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BDI(Beck Depression Inventory·벡우울척도) 검사와 GDS(Geriatric Depression Scale·노인우울척도) 검사를 환자의 나이에 맞춰 진행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 검사방법은 우울감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자기보고식 검사방법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비교적 가벼운 우울증은 전문의와 상담만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중등도 이상일 때는 약물치료가 필수적입니다. 최근 사용되는 항우울제는 약물에 대한 내성, 의존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는 우수하여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3분의 2 이상은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료 후 관리도 중요할 테고, 무엇보다 우울증으로 발전하지 않게 평소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이 교수는 우울증 예방을 위해 평소 실천 사항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규칙적인 운동 = 적당한 강도의 운동은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 건강을 증진해 스트레스와 좌절을 견뎌 낼 힘을 줍니다. 또한, 우울증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불면증 개선에도 효과가 큽니다. 이를 위해 평소 주 3회 이상, 30~40분 동안 중강도 수준의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과음 피하기 = 술을 마셨을 때 일시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을 잘 이룰 수 있어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수면의 질을 떨어트리고, 우울감을 더욱 악화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카페인과 담배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어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 줄이기 =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하게 되면 그러한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우울감이 악화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평소 자기 생각을 글로 적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그러한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이 외에도 근이완법이나 복식호흡도 증상 호전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자신만의 취미 가지기 =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취미를 가지고, 주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심리적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좋은 취미는 직접 취미를 즐길 때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 자신을 즐겁게 합니다. 요가나 명상, 춤, 그림, 요리 같은 자신을 표현하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현수 기자(dino999@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