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7쌍 중 1쌍이 난임... 간절히 바라는 ‘2줄’

작성일 : 2021-06-14 조회 : 4,431


 

최근 저출산·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임신과 출산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늦은 결혼과 출산 등의 영향으로 점차 난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을 겪고 있을 정도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난임 환자의 수는 2019년 기준으로 23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2017년과 2018년 최근 3년 평균적으로 5%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2세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치료법과 시술법으로 임신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 성공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난임 인구 증가

남성 정계정맥류·여성 배란장애 등 원인


인공수정·시험관아기시술·냉동배아 이식 등

환자 맞춤형 치료·시술법으로 임신 가능


건강한 2세 원한다면 금연·금주는 필수

기름진 음식·서구화된 식습관도 바꿔야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난임으로 이어져


난임이란 1년간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성공하지 않을 때를 말한다. 정상적인 부부가 각 배란 주기에 임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20~25% 정도이며 1년 안에 약 90%의 부부가 임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1년 이내에 임신 가능성은 약 85%, 2년 이내는 약 95%로 나타난다. 또한, 개인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사람의 임신능력은 남녀 모두 24세에 최대 임신 능력을 보여주는데 이후 5년이 지날 때마다 임신에 성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배 정도로 길어질 수 있으며 35세 이후부터는 임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정상적인 임신을 위한 남성의 조건은 성숙하고 건강한 정자가 생성돼야 하고, 정자가 자궁을 통과해 난자에 도달한 후 난자를 뚫고 수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운동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확한 방향을 향해 이동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모양을 갖고 있어야 하며, 정자가 여성의 생식기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액의 양이 필요하고 정액 속에 충분한 정자가 포함돼야 하는 등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된다.


한양대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 권욱현 교수는 “임신은 여러 단계의 과정이 복합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돼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 단계 중 어떤 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결과적으로 난임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남성은 혈관, 여성은 호르몬의 영향이 가장 크다


난임의 원인은 여성 측이나 남성 측 또는 양측 모두에서 기인하며 비율은 정확히 제시돼 있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대부분 남성의 요인 30%, 여성의 요인 30%, 남·여의 양쪽 20%, 원인불명 20% 수준으로 보고 있다.


남성의 난임의 요인은 정계정맥류가 약 37%, 원인불명이 23%, 정관 폐쇄가 13%, 기타 6% 정도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정계정맥류는 고환에서 나가는 정맥에 혈류장애나 역류가 일어나 압력이 높아지고 혈액이 정체되면서 정맥혈관이 굵어지고 구불구불하게 늘어난 것을 말한다. 정계정맥류는 90% 이상이 좌측 고환에서 발생하는데 고환의 혈액순환을 나쁘게 하고 고환의 온도를 상승시켜 불임을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여성의 난임 요인은 난소에서 배란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배란장애가 약 40%를 차지하는데 이 중 조기난소부전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조기난소부전은 아직 정상적으로 폐경이 일어나기에는 너무 이른 40세 이전의 나이에 난소가 정상적인 기능을 멈춰버린 상태를 말한다. 조기난소부전은 흔히 조기 폐경이라는 단어와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하지만 조기 폐경과는 다른 질환이다. 조기 폐경이 일어난 여성은 향후 절대로 생리를 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조기난소부전을 가진 여성은 비록 불규칙적이긴 하나 생리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조기난소부전을 가진 여성은 임신의 가능성이 비교적 낮아져 있을 뿐 여전히 임신이 가능하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여성의 난소 또는 부신에서 정상치 이상의 남성호르몬을 생산해 난자의 성숙과 배란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권 교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가진 여성의 난소는 규칙적으로 배란하지 못하거나, 배란하더라도 건강하고 생식 가능한 난소를 배란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정상적인 난자가 배란됐다고 하더라도 자궁이 수정란을 착상시킬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못해 임신이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원인과 그에 맞는 치료가 필수


난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난임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임이 발생한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많은 난임 환자에서 임신이 가능해진다. 난임에 대한 원인별 치료법은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 냉동배아 이식 등 치료법이 있다.


인공수정의 주요 적응증은 정자의 수와 운동성이 떨어진 경우가 대표적이며, 남성의 정자에 항체가 있거나 원인불명의 난임인 경우이다. 여성의 배란기에 맞춰 남편의 정액을 받아 원심분리를 통해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고 정자만 고농도 배양액에 처리해서 모은 후 여성의 자궁 속으로 직접 주입해 자연수정이 일어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인공임신의 가장 첫 단계에 해당되며 필요에 따라 자연배란주기를 따르기도 하며 먹는 약 혹은 주사제를 이용해 배란을 유도할 수도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난관요인, 난성요인, 원인불명에 의한 난임 등 인공수정에 여러 번 실패한 경우 필요로하는 시술이다. 시술에 필요한 난자를 얻기 위해서 호르몬을 주사제로 맞으며 과배란을 유도해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난포의 개수, 크기를 정기적으로 관찰한다. 이후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자연스러운 수정을 유도하거나 난자 내 정자 직접주입술을 사용해 수정률을 높이기도 한다.


냉동배아 이식은 난자, 정자, 수정란을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해 필요시 해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냉동배아이식은 신선배아 이식 후 임신이 되지 않았더라도 난자채취과정을 건너뛰고 여러 번 배아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임신에 성공 후 남은 냉동배아를 이용해 이후 두 번째 임신을 위한 시술에도 쓰일 수 있다. 그리고 과배란유도요법 후 발생하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을 비롯해 예측할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들이 있다.


◇계획성 있는 임신… 건강한 아기를 가지는 방법


옛 말에 아이를 잉태하기 위해선 몸을 정갈히 다루고 해로운 것은 피하라고 했다. 앞서 말한 난임의 원인인 모세혈관들의 영향과 호르몬 불균형 등으로 인한 난임의 비율을 놓고 봤을 때 술, 담배는 임신에 절대적인 악조건이다. 기름진 음식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호르몬 분비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건강한 2세를 원한다면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권 교수는 “나이와 환경에 따라 난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신을 고려하는 부부라면 가능한 젊은 시기에 계획을 세울 것을 권하며 필요할 경우 전문의의 상담과 조언으로 건강한 2세를 가지는 걸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생명의 탄생은 어느 무엇보다 고귀하고 소중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들이 많이 있다.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우리나라에 밝고 희망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지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말=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 권욱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