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대장암 간 전이와 진행성 간담췌암] 간 전이 잘되는 대장암 퍼지기 전 뿌리 뽑아야

작성일 : 2023-02-15 조회 : 3,992

암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암의 재발과 전이다. 그중 대장암은 우리나라 암 발병률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암인데다 간 전이가 흔한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장의 구조를 알면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대장은 크게 결장(맹장,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S자결장)과 직장(길이가 약 15~20㎝인 관, 대변이 배출되기 전 보관 기능)으로 구분된다. 대장암이란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이라고 하며, 이를 통칭하여 대장암 혹은 결장직장암이라고 한다.

 

대장은 여러 가지 동맥(상하장간막동맥, 좌우중결장동맥, 상중하치핵동맥 등)에 의해 혈류를 공급받는 장기로, 결장과 상부직장의 정맥혈이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유입되어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장암’이 발병한 경우 간으로 전이될 확률이 높다. 전이에는 림프관과 혈액을 통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혈관을 타고 암 세포가 퍼지는 ‘혈행성 전이’ 중 하나가 간 전이다.


대장암 환자의 50% 이상에서 이러한 혈행을 통한 간 전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대장암을 수술할 때는 동맥의 분포를 고려하여 대장의 분절과 림프절, 장간막 등을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절제술에도 불구하고 간 전이는 흔히 발생하고, 전이가 되었을 때, 대장암 4기로 진단한다. 대장의 점막에 암이 국한될 경우 0기, 대장벽에 머물러 있을 때 1기, 타 장기까지 전이되지 않았을 때 2기, 림프관을 통한 림프절 전이가 일어났을 때 3기, 간이나 폐, 복막 등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일어났을 때는 암의 크기와 상관없이 대장암 4기로 분류한다. 특히 간 전이 병변이 4개 이상이거나 양측성으로 전이될 경우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대부분 연명치료, 항암치료를 통해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시행하는데 일부 몇몇의 환자에서는 어느 정도의 항암치료 후에 종양의 크기가 감소하기도 하고, CT 상에 종양이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간절제술을 해보면 CT 상에 보이지 않았던 사라진 병변의 80% 이상에서 살아있는 종양 세포가 발견된다. 그것은 항암치료를 장기간 하여 종양의 크기가 일시적으로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항암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작아진 종양의 크기가 다시 커지면서 더 심각하게 간 전이가 진행될 수 있어 항암치료만으로 장기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근본적인 치료로 간절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항암치료와 더불어 적절한 시기에 암 병변을 제거하기 위한 간절제술로 간 전이암의 완치도 가능하다. 완치가 어렵다고 하는 환자에서도 간절제술을 통해 60%의 장기 생존(5년 생존율)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단, 대장암의 간 전이 진행 정도에 따라서 생존율은 조금씩 다르다. 간 전이 병변이 3개 이하인 경우에 5년 생존율은 85% 정도로 예상하고, 간 전이 병변이 4개 이상인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36%로 급격하게 감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제술은 항암치료만 유지하여 장기 생존율이 5% 미만인 것보다 훨씬 더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치료 방법이다.

간 전이와 더불어 폐 전이나 임파선 전이가 있으면 더욱이 수술이 불가하다고 생각하고 쉽게 포기한다. 물론 간 전이만 있는 경우보다 폐 전이나 임파선 전이는 생존율을 감소시키는 요인이지만 국소적으로 전이 병변은 얼마든지 수술적인 절제가 가능하여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오른쪽과 왼쪽 간 전체에 걸쳐서 다발성 간 전이가 있는 경우에도 항암치료로 전체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에 경우에 따라서 2단계 간 절제술로 병변의 제거가 가능할 수 있다. ALPPS (Associated Liver Partition and Portal vein stenosis for Staged hepatectomy)라는 수술법은 1차 수술에서 좌측 간에 전이 병변을 모두 제거한 후, 좌측 간과 우측 간을 분리하여 우측 간으로 가는 간문맥을 차단하고, 2주 정도 기간 동안 남아있게 될 간 크기를 충분히 확보한 후, 2차 수술에 들어간다. 그리고 분리되어 있던 우측 간을 제거해 주면 모든 전이 병변을 제거할 수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주종우 교수는 “2014년 다발성 대장암의 간 전이 환자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2014년에 ALPPS 수술을 시행했다. 다발성 간 전이 환자에서 우선적으로 적절한 항암면역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한다”라며, 수술 전후 항암면역치료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20년 9월 Clinical Colorectal Cancer 학술지에 실린 수술 전후 대장암의 간 전이 환자에서 Bevacizumab 항암요법에 관한 논문 내용을 살펴보면, 대장암의 간 전이 병변이 4개 이상 동반된 68명의 진행성 대장암의 간 전이 환자들의 5년 장기 생존율이 36%까지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즉, 결국 항암치료만 받는 것보다 수술적 치료와 결합된 다학제적 치료는 환자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 같은 수술적 치료를 위해 간 전이 병변은 특수 조영제를 사용한 MR을 반드시 해야 한다. 대게 환자들은 CT 검사를 시행 후 MR 검사를 중복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MR은 훨씬 정확하게 전이 병변을 찾아낼 수 있는 검사 방법이며, 수술 전 초기 간 전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추후 병변의 재발 및 진행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항암치료 시작 전에 반드시 MR을 찍어 놓아야 추후 간 전이 병변의 변화를 정확히 비교해 볼 수 있고, 간절제 시 치료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한편, 대장암의 간 전이뿐만 아니라 진행성 간암의 간 이식에서도 수술적 치료는 중요하다.

간동맥 색전술과 방사선 치료로 간암의 활성도 조절 후 간 이식을 진행한 환자의 95%에서 3년 무병 생존율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면역관문억제제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여 근치적 수술이 불가능한 간암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시행하여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적 치료를 시도한 결과 부분관해반응을 보인 환자가 30%, 영상검사에서 더 이상 간암이 보이지 않는 완전관해반응을 보인 환자들이 8%로 발표되었다. 국소 진행성 췌장암에서는 오히려 수술만 진행하는 것보다 항암요법을 함께 시행할 필요가 있는데, 암 병변의 크기와 침범 정도에 따라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 후 종양의 크기를 감소시켜 수술하면 훨씬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소 진행성 담도암에서도 선행항암요법 후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에서 수술하는 경우에 비교적 훌륭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진행성 간담췌암으로 진단되어 항암치료만 받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은 보통 1~2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신 항암면역치료요법으로 성공적으로 종양의 범위를 감소시킨 후, 정확한 진단 하에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면 높은 확률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진행성 간담췌암 및 전이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적극적으로 수술하는 의료진과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환자의 의지가 더해진다면, 그것은 진행성 암 환자의 생존기간의 연장과 완치를 위한 최선의 치료가 될 것이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