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충식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
병상 4개로 시작해 1200개
30년간 지역사회 368억 기부
"나눔은 비움 아닌 채움의 시작"
자식에게도 나눔의 기쁨 전수
月15만원씩 기부 독려하기도
◆ 착한리더가 세상을 바꾼다 ◆
'우리 아이들이 나눔의 기쁨을 알게 하소서.'
하충식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63·사진)은 30년째 일요일 아침마다 홀로 창원 정병산에 오르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대패로 깎은 듯 평평한 바위가 깔려 있다.
경남 창원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하 의장은 눈을 감고 기도한다.
하 의장은 "재산이 얼마나 많은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가치 있게 돈 쓰는 법을 알고, 여기서 기쁨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음국제의료재단은 경남 창원시에서 창원한마음병원과 상남한마음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의 규모를 나타내는 병상 수는 창원한마음병원이 1008개, 상남한마음병원이 200개 등 1208개에 이른다.
이는 하 의장이 아내인 최경화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과 1994년에 병상 4개짜리 개인 산부인과 의원을 차린 지 30년 만에 일군 성과다.
"운이 좋았습니다. 훌륭한 아내를 만난 것이 첫 번째 행운입니다. 창원에서 사글세 임대인을 만나 큰 차본 없이 병원을 차린 것,
외환위기 당시 경쟁 병원 개원이 늦어져 우리 병원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백화점 용지로 마련된 자리에 병원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
모두 운이 따라줬기에 가능했습니다. 나눔은 비움이 아닌 채움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저는 믿습니다."
하 의장은 부산침례병원에서 막내 전공의로 일하던 인턴 시절부터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
당시 하 의장은 병원 미화원들에게 양말과 비누를 주기적으로 선물했다.
창원에 개원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사회사업을 시작했다.
하 의장은 지난 30년간 자신과 병원 등 명의로 누적 368억원을 사회사업에 기부했다.
자신을 위해 돈 쓰는 일에 하 의장은 인색하다. 최근 30년간 하 의장은 자동차 두 대를 몰았다.
현재는 15년 된 아반떼를 몰고 있고, 이전 15년간은 엑센트를 끌었다.
집에선 동전만큼 얇아진 비누도 양말에 담아 더 이상 거품이 나지 않을 때까지 쓴다.
하 의장은 이렇게 아낀 돈마저 남을 위해 쓴다.
"정승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야 의미가 있습니다."
하 의장은 두 아들에게도 '돈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두 아들이 학교에 다니던 때에는 각자 명의로 월 5만원 기부를 약정한 계좌를 3개씩 만들도록 했다.
두 아들은 직장을 가진 후 각자 졸업한 모교에 수억 원 기부를 약정하고 해마다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하 의장에게 기부는 행복의 원천이다. 기부를 수없이 반복해도 그 즐거움은 반감되지 않고, 매번 새로운 감흥이 든다고 한다.
또 하 의장에게 기부란 이타적이면서도 이기적인 활동이다.
도움을 받는 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하 의장 자신도 뿌듯한 마음이 들고,
이 공덕은 시간이 지나면 하 의장 자신에게도 복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하 의장은 "자기 밥그릇을 키우고 싶은 사람은 끊임없이 베풀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발 567m에 전체적으로 완만한 정병산을 하 의장이 오르내리는 데는 꼬박 5시간 걸린다.
상쾌한 산바람을 맞으며, 창원 시내를 바라다보며 하 의장은 병원 운영에 관한 구상을 매주 갈고닦는다.
하 의장은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산하의 병원이 경남 거점 병원을 넘어서 한국의 자부심이 되는 병원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제대로 된 암병원을 만들어서 경남도민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의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은 고액 기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개인과 기업·단체를 발굴해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적십자사로 문의하면 됩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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